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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과 기록

저탄고지 다이어트 수행을 기록하다

내 나이가 어느덧 서른일곱을 지나고 있다.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부터 통통하거나 뚱뚱한 몸을 가지고 살았는데, 평생 두번의 리즈시절이 있었다.

 

처음은 대학때. 스물 두셋 무렵.

통학버스 승강장은 언덕 밑에 있고 학과관은 가장 꼭대기에 있어서 강제 운동효과가 있었는지 비록 날씬하지는 못했으나

옷가게에서 디자인을 먼저 보고 맞는 사이즈가 있는지 찾아보는 수준이 될 수 있었다.

이게 왜 포인트냐면, 지금은 넉넉한 티셔츠를 집어 먼저 배에 대보고 품이 맞을지부터 본 후 디자인이 그럭저럭 걸칠만한가를 셈하니까.

이때 체중은 55kg 정도였는데 집에 있던 낡은 스프링형 체중계로 쟀던거라 정확도를 확신할순 없다.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며 체중이 불어났는데

1주일도 지속을 못한 식이 다이어트나 그나마 재미붙여 장기간 했던 수영 등으로 한번씩 억누르며 천천히 우상향을 그렸다.

 

그다음은 약 4년 전, 서른 세살때.

당시 MBC에서 방송한 지방의누명 을 보고 다이어트에 뛰어든 사람 중 나도 있었다.

평소 알던것과 정확히 상반되는 개념들이 종종 있어서 납득하지 못한 채로 시작할 수는 없었으므로

약 한달동안 작용이론을 공부해서 이해하고, 영양성분표 읽는 방법을 숙지하고,

추천음식과 비추천음식이 어떤 사유로 나뉘는지 등을 익혔다.

당시 약 4달동안 변변찮은 운동 없이 68kg 에서 58kg 으로 거의 10kg를 감량했고

그중 근육량은 1kg 정도였으니 성공적인 다이어트였던 셈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4주도 아닌 4달동안 식단을 유지할 수 있다는게 스스로 가장 놀라웠다.

 

식단을 종료한 후에도 고지방까지는 안할지언정 당 섭취를 자제하는 식습관이 유지되어 체중도 1년가량 유지할 수 있었다.

그 후에도 식습관이 점점 해이해지며 약간씩 증량이 있긴 했지만 그럭저럭 여유롭게 살만 했다. 그러나......

 

작년 여름 이직을 하면서 생활에 큰 변수가 나타났다.

회사가 직원들의 커피숍 티타임에 관대하고, 간식을 거의 매일 나눠먹는 문화였던 것이다.

정기 팀 미팅을 커피숍에서 하고 판공비로 이마트 과자코너를 털어 팀 중앙에 두고 먹는 그런 회사...

직원 입장에서야 스트레스 관리 차원에서 이런걸 허용하는 좋은 회사인데, 이게 나의 절제력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되어버렸다.

매일 아침마다 미팅하러 오는 이사님이 초코파이나 쿠키, 사탕 등을 자리에 배달해주고 가는 생활을 너댓달쯤 하다보니

어느새 나는 아침마다 회사 건물 1층에 있는 편의점에서 달달한 커피를 사서 출근하는게 일상으로 자리잡혔다.

이전회사는 편의점까지 가려면 건물 밖에 나가 언덕을 오르내려야 했는데 여기서는 엘리베이터만 타면 된다.

업무시간중에 간식을 사들고 회사에 들어오는 모습을 사장님이 봐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걸 뭐.

 

1년동안 꾸준하게 살이 찌다보니 자꾸 뱃살이 불어나고 허리가 아파오고 하면서 일상에 불편함을 느끼던 어느날

내 상태가 많이 안좋다는걸 깨달았다.

주말 낮에 날씨가 괜찮아서 신랑과 함께 집 근처 커피숍이나 가자고 나선 날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걷기 시작해 2동밖에 없는 작은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느라 짧고 얕은 오르막을 걷는데 숨이 찼다.

아무리 마스크를 썼다지만, 고작 50m도 안걸었는데 심장이 빨리 뛰며 명백하게 숨이 차기 시작했다.

 

나는 주말에 코스트코를 가 1~2시간쯤 돌아다니며 장보고 차타고 집에오면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어서 일단 늘어져 있어야 한다.

토요일에 코스트코를 가기로 했다면 스케쥴이 아침 코스트코-귀가-신랑이 차려준 점심식사-낮잠-저녁식사-일과 끝 인게 당연하다.

하지만 누구나 그런건 아닌데.

아침부터 코스트코에서 장을 보고 왔으면 정리해넣고 점심식사 차려서 먹고

오후에 집안 대청소도 하고 해질녘 산책도 가는 가정들이 많은데. 왜 나는 그게 안되나.

 

체력도 거지같고 몸도 무겁고.. 그래서 내 체중은 얼마나 되는거지? 하며 재보니 76kg 이 나왔다...

사실 처음에는 75kg 가 나왔는데 잠깐 현실부정하고 며칠뒤에 다시 재니 76kg 였다.

 

 

이제 여름이고, 추석때는 몰디브로 휴가도 가려 했는데(지금 시점에서는 다 취소됐지만)

이런 몸뚱이로 몰디브 가서 스노클링 20분 하면 지쳤다고 하루종일 잠이나 처자다 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마음을 다잡고 저탄고지를 시작한다.

마지막 성공 이후 두어번 더 도전한적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점심 도시락 싸는게 귀찮아서, 저녁 차리기가 귀찮아서 라며 일이주만에 때려쳤더랬다.

이제는 내 생각보다 훨씬 몸상태가 안좋다는 위기감에 다시 각잡고 임해본다.

 

이 글을 쓰는 오늘은 다시 시작한지 26일째이고,

7월 20일부터 시작했으므로 사실 29일째여야 하지만 초반에 휴가 3일간 식단을 중단해 3일을 제외했다.

식단은 2일째부터 포션버터 단독섭취, 물, 커피를 제외한 모든 음식을 기록했으나 휴가기간 3일의 기록이 없고

체중은 8일째부터 기록했으나 휴가기간을 포함해 5일간이 누락되었다.

 

식단 첫날부터 5일씩 끊어 그간의 식단내용을 작성할 계획이다. 한동안은 과거의 기록이 되겠지만 부지런히 써서 현실을 따라잡아야겠다.

8일째에 기록한 체중(74.6kg) 을 기준으로 현재 체중 -1.5kg / 골격근량 +0.7kg / 체지방량 -2.4kg 이며

외형상 보이는 변화는 딱히 없고 체감상 느끼는 신체적 변화가 약간 있다.